
서울에 살면서 서울을 잘 모르겠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매일 걷는 길, 매일 지나치는 거리지만 그곳에 담긴 역사까지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해입니다.
서울의 중심, 화려한 도시의 이면에 숨겨진 일제강점기의 상흔을 직접 걷고 보고 느낄 수 있는 도보관광 프로그램이 바로 ‘남산 기억로’입니다.
이번에 제가 직접 참여해본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투어가 아니라 ‘기억을 걷는 역사 교육의 시간’이었습니다.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왜 이 도보 프로그램이 서울 시민이라면 꼭 경험해야 할 코스인지 이해하시게 될 겁니다.
‘남산 기억로’ 도보관광 프로그램
항목 | 내용 |
---|---|
운영 기간 | 2025년 3월 21일(금) ~ 6월 30일(월) |
운영 요일 및 시간 | 매주 화요일·목요일·토요일 / 오전 10시, 오후 2시 (1회 약 90분 소요) |
출발 장소 | 남산골 한옥마을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 3번 출구 인근) |
참가비 | 무료 |
참가 정원 | 회당 10명 (선착순) |
예약 방법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 |
총 이동 경로 | 남산골 한옥마을 → 통감관저터(위안부 기억의 터) → 서울애니메이션센터 → 왜성대터 → 리라초등학교(노기신사터) → 숭의여대(경성신사터) → 한양공원비 → 조선신궁터 → 안중근의사기념관 |
✔️참고: 공휴일은 운영하지 않습니다.
기억의 터에서 만나는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도보는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시작해 곧장 통감관저터로 향합니다. 이곳은 1905년 을사조약의 비밀 체결 장소로, 조선 통감부 수장이 머물던 곳입니다.
광복 70주년인 2015년에는 일본 외교관 하야시 곤스케의 동상을 거꾸로 세워, 식민지배의 수치를 기억하는 기념 구조물로 만들었습니다.
바로 옆 위안부 기억의 터에는 보랏빛 기둥 하나하나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공간에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이름만으로도 전해지는 슬픔과 무게가 있었습니다.
중앙정보부, 그 어두운 터널 ‘소릿길’
걷다 보면 과거 중앙정보부가 있던 자리도 지나게 됩니다. 지금은 서울시 문화예술 공간으로 바뀌었지만, 당시의 고문실은 ‘소릿길’이라는 터널로 재현돼 있습니다.
터널 입구의 버튼을 누르면 들리는 철문 소리, 발자국 소리, 타자기 소리, 노랫소리는 과거를 생생하게 상상하게 해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구간이 가장 인상 깊었고, 도시의 어두운 이면을 잊지 않도록 다짐하게 됐습니다.
신사의 흔적을 따라, ‘국치의 길’을 걷다
이후 도보는 리라초등학교 뒤편 노기신사터와 숭의여대 경성신사터를 지나게 됩니다. 이 신사터들은 조선인을 대상으로 일본 정신을 주입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일제강점기의 잔혹한 문화통제의 흔적입니다.
- 노기신사터: 일본 장군 ‘노기 마레스케’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신사
- 경성신사터: 평양에서 개교한 숭의여대가 신사참배 거부로 폐교된 뒤, 서울에 자리 잡으며 항일 정신의 상징이 됨
이 구간은 ‘국치의 길’이라 불리며, 경술국치로 국권을 잃은 1910년의 역사를 되새기기 위한 공간입니다.
서울미래유산, 한양공원비
걷다 보면 남산케이블카에서 약 50m 떨어진 곳에 무심히 놓인 한양공원비를 발견하게 됩니다.
1910년, 고종이 남산 기슭의 공원에 ‘한양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비석을 세웠고, 이는 조선의 땅임을 선언한 상징적 장소입니다. 그러나 비석의 뒷면은 일본인이 작성한 공원기에 대한 반감으로 훼손돼 있기도 합니다.
이 비석은 현재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돼 있으며, 반드시 직접 보고 기억해야 할 역사적 유물입니다.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마무리되는 감동의 여정
마지막 도착지는 안중근의사기념관과 백범광장입니다.
해설사 분의 말씀처럼 “지배의 역사를 자유의 역사로 바꿔낸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은 오늘의 도보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살아 있는 역사 교육이었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이토록 깊고 가슴 찡한 장소들이 남산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 길을 다시 걸으며, 잊지 말아야 할 역사들을 떠올릴 생각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FAQ)
Q. 도보 코스는 얼마나 걷나요?
👉 전체 도보는 약 1.5km 내외이며, 소요 시간은 약 90분입니다.
Q. 참가 신청은 어떻게 하나요?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에서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여 신청 가능합니다.
Q. 어린이와 함께 참여해도 되나요?
👉 역사적 내용을 포함하므로 초등학생 이상 추천. 어린이 해설 콘텐츠는 따로 제공되지 않습니다.
Q. 우천 시에도 진행되나요?
👉 우천 시 취소될 수 있으며, 사전 예약자에게 개별 연락됩니다.
결론: 내가 사는 서울, 우리가 기억해야 할 역사
‘남산 기억로’ 도보관광 프로그램은 단순한 걷기 체험이 아닙니다. 서울의 중심에서 직접 마주하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이자, 기억해야 할 과거를 되새기는 귀중한 여정입니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입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 역사의 흔적을 도심 속에서 직접 체험해보세요.
제가 직접 참여해보니, 남산은 더 이상 단순한 나들이 장소가 아닌, 살아 있는 교과서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통감관저터, 소릿길, 위안부 기억의 터 등을 지나며, 그 어떤 책보다도 깊이 있게 과거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에 살고 있다면, 혹은 서울을 여행할 예정이라면 꼭 이 프로그램을 경험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무료로 진행되며,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을 통해 간단하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남산 기억로’를 걸으며, 서울을 더 사랑하게 되실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