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정말 ‘탈중앙화’된 의사결정이 가능할까?
이더리움은 2015년 비탈릭 부테린이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탈중앙 인터넷”을 만들겠다는 꿈으로 시작했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계약, 서비스, 그리고 애플리케이션이 돌아가는 열린 플랫폼이죠.
하지만 시스템이 커질수록 “이런 큰 결정은 누가 내릴까?”라는 의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 역시 처음엔 ‘이더리움 재단이 모든 걸 결정하겠지’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조사해보니 실제로는 커뮤니티 중심의 합의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재단은 조력자일 뿐, 주도자는 아니죠.
재단은 지원자, 진짜 주체는 커뮤니티
이더리움 재단(Ethereum Foundation)은 스위스에 있는 비영리 기관으로, 기술 발전과 생태계 유지를 지원합니다.
하지만 중앙집중식 통제권을 가진 조직은 아닙니다. 오히려 재단은 ‘가이드라인과 자금 지원’이라는 조력자 역할에 가깝습니다.
이더리움 생태계에는 Geth, Prysm, Nethermind 같은 여러 개발팀이 있습니다. 각 팀은 독립적으로 개발을 진행하면서 정기 회의를 통해 네트워크 개선 방향을 논의하죠. 그 과정에서 재단은 의견을 모으고 기술 방향을 제안할 뿐, 명령을 내리진 않습니다.
- Geth: 가장 오래된 이더리움 클라이언트 팀으로 핵심 인프라 담당
- Prysm: 지분증명(PoS) 체계의 주요 검증자 소프트웨어 개발
- Nethermind: 다양한 블록체인 인터페이스를 통합하는 기술 개발
이런 팀들이 조율하며 움직이는 방식은 마치 오케스트라 같습니다. 지휘자가 있어도 각 악기가 제 몫을 하듯, 이더리움도 협업으로 돌아갑니다.
비탈릭 부테린, 영향력은 있지만 ‘결정권자’는 아니다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의 철학적 상징입니다. 하지만 그가 모든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닙니다. 그는 주로 커뮤니티의 자율적 토론과 실험을 장려하며, 특정 프로젝트의 방향을 독단적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비탈릭이 어떤 기술적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개발자 커뮤니티는 이를 기반으로 수개월간 토론합니다. 그의 영향력이 크긴 하지만, 실제 결정은 여전히 다수의 합의로 이뤄집니다. 이는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가 사라진 이후 커뮤니티가 자율적으로 진화한 모습과도 유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구조가 블록체인다운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명이 아닌 모두가 방향을 잡는 시스템’, 그것이야말로 진짜 탈중앙화니까요.
이더리움의 결정은 ‘EIP’에서 시작된다
EIP란 무엇인가?
이더리움의 모든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개선 제안서(Ethereum Improvement Proposal, EIP)에서 시작됩니다. 누구나 “이런 기능을 추가하자” 혹은 “이 부분을 이렇게 바꾸자”는 내용을 제안할 수 있죠. 이 제안서에는 기술적 세부사항, 기대효과, 구현 방법 등이 담깁니다.
| 단계 | 설명 |
|---|---|
| 초안 제출 | 누구나 GitHub에 EIP 제안서를 올릴 수 있음 |
| 커뮤니티 논의 | 전 세계 개발자들이 토론하며 수정 및 보완 |
| 핵심 개발자 회의(ACDC) | 기술적 타당성과 실행 가능성 논의 |
| 테스트넷 실험 | 실험용 네트워크에서 안정성 검증 |
| 메인넷 반영 | 최종 합의 후 실제 네트워크에 반영 |
대표 사례: ‘더 머지(The Merge)’가 만들어진 과정
2022년 9월, 이더리움은 역사적인 전환을 이뤘습니다. 바로 작업증명(PoW) → 지분증명(PoS)으로의 전환이죠. ‘더 머지(The Merge)’라고 불리는 이 업데이트는 단순한 기술 변경을 넘어, 이더리움의 정체성을 바꾼 사건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채굴기를 통한 연산으로 블록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일정량의 이더를 예치한 검증자들이 블록을 인증합니다. 그 결과 에너지 사용량이 99% 이상 줄고, 환경적 지속가능성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이 모든 변화는 단번에 이뤄진 게 아닙니다. 수년간의 EIP 논의와 테스트넷 검증, 그리고 전 세계 개발자들의 합의 끝에 완성된 결과였습니다. 실제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4년 넘게 준비가 이어졌다고 하니, ‘느리지만 투명한 진화’라는 표현이 딱 맞습니다.
이더리움이 진화하는 방식: 느림 속의 신뢰
이더리움의 업데이트는 빠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속도 뒤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모든 변화가 공개된 절차를 통해, 수많은 개발자와 이용자의 검증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죠. 이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입니다.
비탈릭은 자주 이런 말을 합니다. “이더리움의 강점은 완벽한 코드가 아니라, 실수를 고쳐나가는 집단 지성이다.” 실제로 이런 구조 덕분에 수많은 해킹 위기 속에서도 네트워크는 꾸준히 안정성을 유지해왔습니다.
- 투명한 의사결정: 모든 회의와 제안은 온라인에서 공개
- 검증 중심 프로세스: 수차례 테스트넷 실험 후 반영
- 합의 기반 구조: 단독 결정자가 아닌 커뮤니티 중심 합의
결론: ‘탈중앙화된 의사결정’은 느리지만 강하다
이더리움의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면, 왜 이 프로젝트가 전 세계에서 신뢰받는지 알 수 있습니다. 재단이 아닌 커뮤니티 중심의 결정, 비탈릭 부테린의 조언자 역할, 그리고 EIP를 통한 투명한 제안 절차 — 모든 게 ‘열린 시스템’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물론 이런 구조는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느림 속에서도 신뢰와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이더리움의 방식은, 블록체인의 철학을 가장 잘 보여줍니다. 투자자든 개발자든, 이 시스템을 이해하는 순간 ‘왜 이더리움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게 될 겁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1. 이더리움 재단은 실제로 어떤 권한을 가지고 있나요?
이더리움 재단은 자금 지원과 연구 프로젝트를 총괄하지만, 네트워크의 기술적 변경을 결정하는 권한은 없습니다. 모든 변경은 커뮤니티 합의를 통해 진행됩니다.
2. 누구나 EIP 제안을 할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개발 지식이 있다면 GitHub의 EIP 저장소에 직접 제안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후 커뮤니티와의 논의 과정을 거쳐 반영 여부가 결정됩니다.
3. 이더리움의 업데이트 속도가 느린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더리움은 합의와 검증을 중시합니다. 빠른 업데이트보다 신뢰와 안정성을 우선하기 때문에 테스트넷 검증과 커뮤니티 논의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